썰전의 불편함


뭐 별게 불편하다는 건 아니고
강용석이 불편하다 강용석이
구체적으로는 그가 나에게 주는 파토스가
너무 너무 너어어어어어어어어무 불쾌하다

그는 이철희와 결정적으로 파토스에서 차이가 난다
둘의 정치적 입장은 프로그램에서 표명하듯
굉장히 다른 스펙트럼을 띄고 있고 나름대로 타당하다
둘의 대화는 재미있고 시청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렇지만 강용석은 기본적으로 이철희를 무시하는 듯 하다
(혹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든가)

강용석은 이철희가 발언할 때 거의 항상 아예 고개를 숙이고 대본을 본다
어떠한 리액션도 보이지 않는 등 면대면의 상황에서 굉장히 예의 없어 보이는 행동이 잦다
말투도 굉장히 비꼬는 듯한 그것이고
본인의 주장을 같이 강하게 내세우더라도 이철희와는 다르게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정치적 입장이 완전히 대립되는 사람과 의견이 갈리는 사안에 대해 대화를 나눠본 사람이라면
그 일이 얼마나 소모적이고, 답답하고, 감정 상하고, 종국에는 빈정마저 상하는 일인지를 알 거다
물론 감정을 잘 조절하면서 이슈에 대한 공부가 바탕이 된 건전한 토론을 만들 수도 있지만
토론 교육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나는 그런 류의 훌륭한 토론을 거의 경험하지 못했다
(토론학회에서의 토론을 제외하면...)

썰전의 포맷 또한 첨예한 진보수의 대립을 보여주는 두 패널과
농으로 분위기를 유연하게 풀어주며 중재자 역할을 하는 김구라로 구성된다
나 또한 하하호호 합의에 이르는 썰전을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강용석 개인에게 피드백을 해주고 싶은 거다

토론과 수사학에서 설득, 그러니까 상대방의 마음을 사기 위해 중요하게 꼽는 3요소가
논리의 로고스(logos), 인격 또는 포지셔닝의 에토스(ethos), 감정에 관한 파토스(pathos)다
썰전에서의 강용석은 로고스에서는 부족함이 없을지 몰라도 에토스나 파토스는 바닥을 친다
안 그래도 강용석의 캐릭터는 과거의 행적으로 인해 패널티가 크다
당연히 나에게 전달되는 논리 또한 덩달아 약화된다

다양한 상황의 토론을 겪으면서 매번 느끼고 또 느끼는 거지만
막말로 토론은 에토스가 반 이상이다
도덕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쪽에게 청중의 마음은 기운다
거기다 폐부를 찌르는 파토스면 사람은 완전히 자신의 편이 된다
탄탄한 로고스는 당연 기본적으로 받쳐줘야 하는 것이고

상대방의 마음을 사는 건 정치 그 자체라고도 볼 수 있다
특히나 강용석은 방송 이후를 생각해야 하는 직업 정치인(to be)이지 않은가?
(것도 복귀가 가능할 때의 이야기겠지만)

썰전을 챙겨본 사람이라면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거라 생각한다
애청자라면 그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거다
강용석이 똑똑한 사람임은 안다

그러나 그의 실제 인간성이나 됨됨이가 어떻든
되먹지 못했다는 인상을 시청자로 하여금 받게 한다면
결국 그것은 그의 정치가 실패했음을 방증하는 것 아닐까?
내가 그렇게 느낀 이상 변명의 여지 없이 말이다

덧. 그의 레토릭과 더불어 그가 하는 발언들도 정말 맘에 들지 않는 것이 많다
여자에 관한 발언이 주는 인상에서도 매번 가부장적인 꼴보수의 인상을 덧씌우게 된다
방송을 통해 이미지 세탁에 성공했다고들 하지만 참 거북하면서도 안타깝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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